2021.2.19
Day Day 1: Back from the Dead
금방이라도 고개를 돌리면 그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정한 시선이 맞닿고, 낮게 잠긴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말하고.
장례식에 참가했을 때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의 모습은 어땠던가요.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은 쉰 목소리로 버스넬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습니다.
그리고 하룬, 당신은 어떤 얼굴로 그곳에 서 있었나요?
February 19, 2021 10:09PM하룬:...?
이상하다. 오늘은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February 19, 2021 10:09PM하룬: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아, 그렇죠. 어떻게 잊고 있을 수 있었을까요?
그의 장례식 직후에 주문했으니, 지금쯤 도착할 터.
당신이 생각에 잠기는 것을 기다려주지 못하겠다는 듯이, 다시 한번 더 초인종이 울립니다.
February 19, 2021 10:10PM하룬:(작게 인상을 찌푸린다.)
February 19, 2021 10:10PM배달원:(똑똑) 안에 계십니까-
February 19, 2021 10:11PM하룬:…누구십니까?
February 19, 2021 10:11PM배달원:택배입니다. 문좀 열어주시겠어요?
February 19, 2021 10:12PM하룬:…(택배기사라는 말에 닫혀있던 현관문의 문고리를 풀었다. 삐리릭 하는 잠금해제가 되는 소리가 들린 듯 하다. )
밖으로 나서면 배달원이 무심한 얼굴로 당신을 보며 종이를 내밉니다.
계약서의 끄트머리의 서명란에 사인해달라는 말과 함께 펜을 건네주면서요.
February 19, 2021 10:13PM배달원:여기.. 확인하시고. (덤덤히 네게 펜도 건네고)
February 19, 2021 10:14PM하룬:…예 ( 펜을 받아 그 종이에 정갈한 글씨체로 싸인했지만, 모든 행위가 무척 건조해보였다.) …여깄습니다.
계약서를 돌려주면 배달원이 종이를 살펴보며 뒤를 돌아봅니다.
그 너머에는 그가 가지고 온 물건이 얼핏 보입니다.
February 19, 2021 10:15PM하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유심히 배달 온 물건을 바라봤다.)
저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생각해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니겠군요.
겉에는 Mythos Science라고 적혀있습니다.
February 19, 2021 10:16PM배달원:그럼 잠시..
곧 비켜달라는 말과 함께 배달원이 커다란 상자를 집 안으로 들고 들어갑니다.
February 19, 2021 10:17PM하룬:( 슬쩍 몸을 뒤로 빼며, 집 안으로 들어가는 기사를 뒤따라간다.)
끙끙거리며 옮기던 그가 대충 현관을 지나 거실에 상자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러고선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힐끔 쳐다보더니 문밖으로 사라지는군요.
이제 이 텅 빈 집안에 남은 것은 당신, 그리고 상자 하나뿐입니다.
February 19, 2021 10:18PM하룬:(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으나, 이미 그는 가버리고 없었다. 난 조용히 상자를 바라봤다. ) …풀어봐야겠지…
전면이 검은색으로 되어있으며 딱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면에만 적혀있는 흰 글씨입니다.
February 19, 2021 10:19PM하룬:( 흰글씨가 적혀 있는 쪽을 봤다. )
이 안드로이드를 보내준 회사인 게 틀림없습니다.
애초에 요즘 이 회사를 모르는 사람도 드물겠지만요.
February 19, 2021 10:21PM하룬:…( 익숙한 회사명을 보며 봉인된 상자를 풀어보기로 했다.) 이게 내 집안에 들어올 거라곤 생각은 못했는데…
상자를 열어보면 ‘검은색의 편지 봉투’가 놓여있습니다.
꼭 망자와 빼닮은 오밀조밀한 얼굴이 있습니다.
February 19, 2021 10:22PM하룬:(……………상자 옆에 있는 검은색 편지의 봉투를 황급히 읽어본다.) 왜?
고풍스러운 금박으로 “하룬 귀하.” 라고 적혀있군요.
봉투를 열면 검지 한 마디 크기 정도의 ‘납작한 칩’과 ‘편지지 한 장’이 보입니다.
February 19, 2021 10:24PM하룬:(손에 들어온 칩을 손에 쥐고 편지지 한 장을 읽었다.)
( 편지지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사람 보다 더 사람 같은, 인간 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라는 문구에 쥐고 있던 편지지가 살짝 구겨졌다.) … 하아…. 난…( 그와 똑같은 외형을 가진 외형의 안드로이드가 눈 앞에 있는 것이 무척 괴이하게 느껴졌다. 널 보낸지 얼마 되지 않아, 너와 닮은 안드로이드를 만나게 됐다. ) … 모르겠어.
편지지의 앞면은 특별할 것 없는 인사말입니다.
편지지를 뒤집어 보면 간단한 사용설명서처럼 보이는 글이 적혀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실제 살아 숨 쉬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몸체로 만들어져 방수도 되고 튼튼하나
여전히 기계인 건 마찬가지니 웬만한 충격과 강한 전기자극을 지양하라고요.
그리고 그 밑으로 눈에 띄는 문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February 19, 2021 10:30PM하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손에 쥔 메모리 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손에 쥐고 있던 손톱만 한 크기의 납작한 칩.
죽은 듯이 가만히 검은 상자 안에 놓여있는 ‘버스넬’의 모습을 보자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의 마지막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겠죠.
February 19, 2021 10:33PM하룬:
SAN Roll
기준치: |
80/40/16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 2
그러니 어지러운 머리를 가다듬고, 자신이 받은 ‘제품’을 제대로 확인해봅시다.
February 19, 2021 10:36PM하룬:(크게 숨을 들어마시면서,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기로 했다. )
당신이 알던 버스넬의 온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차가운 몸체입니다.
하지만 피부를 만져보면 생각만큼 딱딱하지 않습니다.
보다 실제 인간과 흡사한, 말랑하고 부드러운 살갗이 닿습니다.
머리칼을 걷어내면 뒷목에 새겨진 바코드와 인식번호가 보이는군요.
February 19, 2021 10:38PM하룬:( 그 부분을 조용히 손가락으로 만져보며, 새겨진 항목들을 차분히 읽어내려간다. )
그대로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운 안드로이드는
상자 밖으로 걸어 나와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합니다.
February 19, 2021 10:38PM???:“안녕하세요, 사용자님.”
“사용자님의 이름을 등록해주십시오.”
February 19, 2021 10:43PM하룬:( 기계적인 음성이 귓가에 닿았다. 그의 얼굴을 하며 내뱉은 말은 과거의 나와 비슷한 건조하고 사무적인 말투였다. 똑바로 응시하는 얼굴, 눈빛은 확실히 그와 닮았다. 닮았기에 잠시 말을 잃었지만, 건조한 음성으로 내 이름을 대답했다. ) …하룬이다. ( 무뚝뚝한 말투에서 무심한 감정이 절로 내뱉어졌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다. 나는 그것을 가슴 속 깊이 명심해야했다.)
February 19, 2021 10:44PM???:“반갑습니다, 하룬 님. 그럼 저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February 19, 2021 10:48PM하룬:…( 너의 이름을 묻는 안드로이드의 모습에 머뭇거린다. 눈 앞에 있는 안드로이드에게 그 이름을 입력해도 되는 걸까. 그 사람은 내 곁을 불과 일주일 전에 떠나버렸는데… 장례식 이후로 단 한번도 부르지 못했던 마음 속 깊이 묻어두려고 했던, 이름을 불러도 되는 것일까. ) … 네 이름은, (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곤 안드로이드를 본다. ) …마가리타… 버스넬…( 오랜만에 불러본 이름에 가슴이 울렁 거리는 듯 했다. 침착함을 잃진 않았으나 목소리 끝이 살짝 갈라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
February 19, 2021 10:53PM버스넬:마가리타.. 버스넬... 입력되었습니다. 저는 버스넬입니다. 저는 하룬님을 위해 찾아왔습니다. (천천히 깜빡이는 눈과 기계음이지만 느린 말투가 정말 버스넬과 흡사했다. 막 작동하기 시작한 이 '버스넬'은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네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하룬님이 살고 있는 집이군요.
February 19, 2021 10:58PM하룬:…( 안드로이드 버스넬 (통칭:안드넬)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잠시, 안드넬을 바라보다 티는 나지 않을 정도로 살짝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를 위해 찾아왔다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게 진정 '나'를 위한 것일까. )
February 19, 2021 11:05PM버스넬:어디 불편하신가요? (동작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눈을 깜빡이며 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힘드시다면 쉬시는 편이 좋습니다.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저에게 하룬님에 대해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을 이어가던 안드넬은 다시 한번 눈을 깜빡이며 너를 바라보았다. 마치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처럼. 그 모습마저도 버스넬과 우연히- 닮아있었다)
February 19, 2021 11:16PM하룬:( 오랜 연인이었던 버시가 자주 보여줬던 행동이 안드넬을 통해 진짜 버스넬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비춰졌다. 편지지의 뒷면에 적혀있던 문장이 떠오른다.
'기억과 행동을 데이터화' 를 했다던 그 문구, 얼마나 똑같을까. 비웃던 나를 향해 Mythos Science가 무방비한 내 뒷통수를 묵직하게 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별로. 나에 대해 궁금한거라…. 나에 대해 뭐가 궁금하지? ( 혼란스러운 감정을 능숙하게 수습하며, 특유의 일 했을 때의 냉소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눈빛과 말투가 안드넬에게 향했다. )
February 19, 2021 11:24PM버스넬:(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잠시 내렸다. 무슨 말을 고르는 것일까 고민될 때쯤 다물어져 있던 입술이 움직였다) 저는 하룬님이 기운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는 하룬님께서 기운을 차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지금의 '저'는 다 알지 못하니까요. 도와드리고 싶어요.
February 19, 2021 11:29PM하룬:내가 기운 차렸으면 좋겠다라… 그게 네게 심어진 프로그래밍인가 보군. ( '아직' 이라는 단어와 '지금의 나' 라는 말에 의아하다 나를 도와드리고 싶다는 말에 헛웃음을 터트린다. ) 날 기운 차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 ( 조용히 자리를 움직여 부엌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커피잔과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며, 물을 끓는 것을 바라봤다. 안드넬이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연스로운 움직임이었다. ) 프로그래밍이 안되어있나보지?
February 19, 2021 11:37PM버스넬:저는.. 아직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백지상태와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목적을요. 저는 하룬님을 위로해드리고자 왔다는걸. 그리고 그건 저 역시 바라고 있습니다. 동봉된 메모리 카드를 3일 이내 삽입하셔야만 저는 더 온전한 버스넬이 될 수 있습니다. (기운이 없는 사람처럼 고개를 살짝 숙이고 천천히 말을 전했다. 정말 사람이었다면 아마 네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February 19, 2021 11:47PM하룬:( 기계음 사이에서 미묘하게 힘 없는 톤이 울려퍼졌다. 전기포트에 올려진 물은 뜨거운 물로 변했고, 나는 커피머신의 커피 원액을 뽑아내렸다. 미약한 기계의 진동음과 함께 공기중으로 퍼지는 은은한 커피향이 공기중으로 퍼져나갔다. 커피잔을 손에 쥔 나는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안드넬쪽을 바라봤다. ) …온전한…버스넬이라… ( 삐딱한 미소를 지으며, 식탁에 살짝 기대며 커피잔을 한모금 마셨다. ) …나를 위로해준다라……. 날 어떻게 위로해줄 수 있는거지? ……덧붙여서 넌 온전해지는 존재가 싶나? ……
February 19, 2021 11:58PM버스넬:위로하는 방법... 저라면 그저 옆에 있고 싶습니다. 제가 필요하다면 손을 잡아드리고, 다독여드리고.. 저는 하룬님을 위로해드릴 만한 근사한 말은 하지 못합니다. 지금 저로도 괜찮으시다면. 저는 옆에서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 그리고 온전한 존재가 좋으시다면 저는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February 20, 2021 12:03AM하룬:…( 이런 말을 내뱉는 안드넬에게서 너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단순 내가 널 잊지 못했기 때문인걸까? ) 네 눈엔 내 상태가 어때 보이지? ( 다가오는 안드넬의 몸짓 또한 그와 닮은 것 같았다. 조용히 쓰디 쓴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달랬다.) …네가 곧바로 되고 싶다고 해도,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 씁쓸한 미소와 어딘가 착잡해보이는 표정이었다. )
February 20, 2021 12:11AM버스넬:아직 저희는 3일이라는 기한이 있습니다. 제가 하룬님 옆에 있고 싶어 하는 건 오로지 제 의견입니다. 그걸 하룬님께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들은... 당신들을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너를 똑바로 마주한 채로 자세를 고쳐잡고) 슬퍼 보이십니다. 그리고 많이 외로워 보이십니다. 마치 혼자가 어색한 사람 같습니다.
February 20, 2021 12:19AM하룬:…( 슬픔에 잠긴 눈으로 안드넬을 바라봤다. 꼿꼿한 자세로 마주보고 있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안드넬의 겉모습은 살아있었던 버스넬의 모습과 동일했다. ) …사고로부터 고작 7일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난, 모르겠다. ( 착잡해진 눈빛으로 안드넬을 향해 ) …모르겠다고.
February 20, 2021 12:25AM버스넬:...지금 괜찮으시다면 하룬님을 토닥여드려도 괜찮을까요? 아니라면 오늘은 일찍 주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옆에 있어드릴게요. (포개고 있는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아까보다 떨리는 것만 같았다. 마치 적응한 것처럼)
February 20, 2021 12:35AM하룬:( 조용히 안드넬을 응시했다. 아무말 할 수 없었다. 쥐고 있던 따뜻했던 커피잔은 온기를 잃어 차가운 찻잔의 온기가 느껴졌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은 그렇게 떠나 보낸다고 해도 쉽게 보낼 수 없는 감정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고, 날 지독한 슬픔으로부터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라는 걸 안드넬을 통해서 알게 됐다. 나의 눈물은 그 날 이후로 메마른 사막과 같았기에) …자야겠어. 피곤해…. ( 난, 눈에 띄는 곳에 메모리 칩을 올려뒀다. 그리고 나는 위로의 포옹이 아닌 수면을 택했다. ) …맘대로. ( 차갑게 거절 할 수 있었지만, 시무륵해진 안드넬의 표정에서 간간히 그가 떠오른 내가 반사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후회했지만, 발언에 대해 철회하진 않았다. )
February 20, 2021 12:40AM버스넬:네. 좋은 밤 되세요. (조금 전과 달리 말에서 어떤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들어가는 네 모습을 아직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있었다. 무의식적.. 이 아닌 기본 설정된 것으로 사용자를 배려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본다면 쓸쓸하고.. 위태로워 보였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익숙해질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먹지 않아도 괜찮을 ‘버스넬’과는 달리
새로운 ‘버스넬’과 함께할 내일의 하루를 잠시 내려놓고
Day Day 2: Someone in the Crowd
꿈속의 목소리는 당신이 아는 아주 익숙한 음색으로
어느 때보다도 다정하게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뒤돌아 떠나려는 그 미소의 주인의 손을 붙잡으며
February 20, 2021 11:03PM버스넬:“…괜찮으세요?”
눈을 번쩍 뜨면 버스넬의 낯익은 색채의 눈과 그대로 마주칩니다.
February 20, 2021 11:08PM하룬:…(눈가에 메마른 눈물자국이 흐른 듯한 느낌을 느끼며, 안드넬을 바라봤다. 악몽일까, 길몽일까. 꿈에서 봤던, 그 얼굴과 동일한 것이 있자,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며, 머리가 아픈 듯한 표정을 지으며 네게 말한다. ) …괜찮아. ( 괜찮지 않았다. 난, 아직 이 현실을 받아드리기엔 너와 함께 한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
February 20, 2021 11:13PM버스넬:... 악몽이라도... 꾸셨나 해서.. 불편했다면 죄송합니다. (어제와 비슷한 기계음이지만 보다 너그럽고 부드러웠다. 숙이고 있던 상체를 펴고 고개를 돌린 채 너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생전에 버스넬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마 이것도 우연이었으리라) 피곤하셔도 기상하실 시간이에요. 간단한 식사라도..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February 20, 2021 11:20PM하룬:( 감정이 담기지 않는 기계음이 계속해서 들리자, 꿈 속에 잠겨있던 날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조용히 안드넬을 응시한다. 또다. 안드넬에게서 자꾸 내 옆에 없는 버스넬이 자꾸 겹쳐보였다. 함께 했던 '기억'에 대한 정보가 삽입되어 있지 않아도 일전에 살았던 그의 습관과 말버릇에 대한 '정보'는 들어있는 듯 했다. ) …아, 그래… ( 가볍게 마른세수를 했다. 침대를 나왔다. 그리고 살짝 망설인 행동과 함께 처음으로 안드넬을 향해 똑바로 바라보며 ) …고맙군. (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 같은 안드넬의 말이었기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
그는 당신의 심정을,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것입니다.
어쩐지 심장 한 켠을 쿡쿡 찌르는 것 같습니다.
February 20, 2021 11:27PM버스넬:(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너를 마찬가지로 응시했다. 여전히 긴장하는 것인지 이제 막 작동하는 기계인 탓인지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미리 알았다면.. 제가 준비해드렸을 텐데. 준비하시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요리라도.. ... 어떠신가요..?
February 20, 2021 11:33PM하룬:( 어색한 표정을 짓는 안드넬을 말 없이 보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요리를 한다는 말에 멈칫거리다 한참을 생각하더니,입을 열었다. ) … 좋을대로 해…. 난 잠깐 씻고 오겠어…그동안 해놓던지, 괜히 부엌 망치지는 말라고. ( '…그럴리 없겠지만…' 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안드넬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친 후 화장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와 같은 모습이지만 꿈 때문인지 몰라도 무척 기분이 싱숭생숭해졌기에, 씻는 동안 마음을 가라앉혀 보도록 하자. )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쁜지 한결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맡겨달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그는 먼저 방을 나서고 당신은 계획대로 화장실로 향합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탓인지 조금 늦게 화장실에서 나옵니다.
그러면 노릇하게 익은 식빵과 계란 프라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February 20, 2021 11:40PM하룬:( 씻은 김에 그냥 샤워까지 하고 나온 나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나오며, 식탁에 올려놓아진 프렌치 음식을 보았다 .)
February 20, 2021 11:45PM버스넬:이쪽으로 오세요. (마치 숙제를 검사받는 아이처럼 손을 모으고 만지작거렸다. 너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의자를 꺼내주고는 조금 거리를 벌려 네가 앉기만을 기다렸다) 샐러드도.. 준비해드리고 싶었는데 싱싱한 것이 없어 결국 이것밖에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커피도 따뜻하게 드리기 위해 지금 물을 올렸습니다.
February 20, 2021 11:49PM하룬:용케, 차렸네. ( 자리에 앉아, 식빵을 집었다. ) 집에 요리라고 할 만한 음식들이 계란말고는 없었을텐데…. ( 자연스레 한 입 베어물며, 우물거리며 안드넬에게 무심하게 말을 건낸다. ) …그 머신, 샷 하나로 하기엔 맛이 연해서, 샷 두번은 추출해야 해. ( 씻고 나와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듯 해보였다. )
February 20, 2021 11:56PM버스넬:아, 그렇군요.. (그리고 작게 웃음을 흘리며 네가 말해준 대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룬님의 취향을 알게 된 것 같아 기뻐요.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이 증가했기 때문에 두 번은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고 안이 텅 비어있어서.. (말을 다하지 않고 커피 머신 앞에서 다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February 21, 2021 12:00AM하룬:…( 뭔가 내 취향을 잘못된 걸로 입력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으나 정정을 해주거나 하진 않았다. ) 그렇겠지. 장을 보러 안간지 꽤 됐으니까…. ( 일상적인 대화를 안드넬과 나누고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란 나는 조금 가라앉은 표정으로 식사에 임했다. 머리 위에 올려진 수건은 의자에 걸어두며 더 이상 안드넬에게 말을 건내거나 하지 않았다. )
신기하다는 듯이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합니다.
우물거리는 입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이 점점 위로 올라오자
그런 그와 마주하는 지금 당신의 표정은 어떤가요?
꼭 그가 살아 돌아온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나요?
February 21, 2021 12:03AM버스넬:있잖아요, 하룬... 저를.. 밖에 데려가 주시면 안 되나요?
그러고 보니 버스넬이 죽은 이후로는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죠.
마지막으로 즐겁게 외출했던 적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가 눈을 빛내며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떡할까요, 하룬? 간만에 나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February 21, 2021 12:10AM하룬:…( 자연스럽게 불려오는 호칭에 잠시 눈빛이 흔들렸지만, 능숙하게 자신의 감정을 감추며 그를 한번, 그리고 부엌과 거실 너머에 있는 창문을 바라봤다. 바깥의 날씨는 무척 좋아 보이는 것 같았다. ) …외출이라… ( 그가 죽고 난 후에는 그를 잊어내기 위해 미친듯이 직장의 일에만 집중했었다. 그런 내가 안타까웠던 모양인지 잠시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권유를 받았기에 쉬는 날 외출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 …기분 전환을 하기엔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 안드넬을 데리고 바깥에 나갈 수 있을까. 나는, 죽은 연인과 닮은 이 안드넬과 함께 나란히 걸을 수 있을까. 자문해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February 21, 2021 12:21AM버스넬:(스스로 인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힘들어 보이는 네가 마음에 쓰이는 듯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도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늦게 입을 열었다) 쉬는 날에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제가 돌아가게 되더라도.. ..그전까지는.. 어떻게.. 안될까요?
February 21, 2021 12:26AM하룬:…( 그러고보니, 기간이 지나면 눈 앞에 있는 안드넬은 본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럼, 이 모습을 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는 폐기처분 당하는 것일까? 그 사람 처럼, 안드넬도… 이 세상에 없게 되는 것일까. 상념이 거기까지 뻗치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군….
외출하는 건 좋지만, 그 옷 그대로 입고 나갈건가?
February 21, 2021 12:34AM버스넬:(네 말을 듣고 눈을 깜빡거리다 그제서야 자신을 돌아보았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마치 고장 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 같았다) 저는.. 이대로도 괜찮습니다. 혹시 차림새가 날씨에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신다면.. 겉옷 또한 저와 함께 온 박스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말을 마친 후 천천히 볼을 붉히며 웃었다. 제 부탁을 들어주었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눈이 빛나고 있었다)
February 21, 2021 12:39AM하룬:( 안드넬의 웃는 얼굴에 미세하게 표정이 굳어졌으나, 티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 보는 내가 싫어서 그렇다만…(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안드넬을 볼 때마다 장례식장에서 안치되기 전, 그가 입었던 옷이 생각났기 때문에 괴로운 것도 있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가장 이뻤던 그 모습으로 관 속에 잠들어버린 소중한 나의 연인.) …지금 입고 있는 흰 옷만 아니면 돼.
그리고 잠시후 당신은 외출 준비를 하고, 그와 함께 밖으로 나섭니다.
자동차 문을 열면 그는 버스넬이 늘 앉던 조수석 자리에 앉아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저 프로그램된 대로 출력하는 감정 표현에 불과하겠지만, 꼭 진짜 같아요.
정말 그의 두 눈이 버스넬과 같은 빛깔의 호기심으로 채워진 것만 같아서.
어디를 갈지 고민해봐도, 지금 당장은 버스넬과 다녔던 근처의 장소들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호수공원 / 상가 / 영화관 중 어느 곳을 먼저 가볼까요?
February 21, 2021 12:45AM하룬:( 운전대를 잡으며, 호수 공원 방향 쪽으로 방향을 튼다. )
( 빨간 불이었을 때, 자연스럽게 운전대 앞에 놓여진 담배 한 개비를 들어, 불을 붙이지 않고 입에 물었다. 한참 끊은 지 오래된 담배였지만, 그가 죽은 이후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난 슬쩍 상기된 표정을 하고 있는 안드넬을 바라봤다. )
February 21, 2021 12:53AM버스넬:(단정한 짙은 남색의 원피스와 검은 코트를 입고 정지된 유리창 너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가끔씩 보이는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공원에 도착하면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등나무꽃이 개화할 시기는 아니지만 산책하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February 21, 2021 12:59AM버스넬:조용하고.. 좋은 곳이네요.
February 21, 2021 1:01AM하룬:자주 왔었어. 주변이 조용하고 운치도 좋아 시간 날 때마다 왔었지.
February 21, 2021 1:04AM버스넬:(천천히 걷고 있던 중 눈을 감고 공원의 바람과 풀 내음을 느끼는 듯하더니 곧 천천히 눈을 떠 너를 바라보았다) 두 분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좋아했나 봐요.
February 21, 2021 1:07AM하룬:그,랬지. ( 멀리 떨어져 있는 호수를 멍하니 바라봤다. ) …시끄럽고, 난잡한 일상에서 이 곳은 그나마 숨 쉴 틈을 주는 몇 안되는 공간이었으니까. ( 안드넬을 보며 ) 일단, 걸으면서 얘기하지.
February 21, 2021 1:13AM버스넬:네..! (아주 잠깐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고 너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였나요? 이 공원 말이에요. (네 시선을 느꼈는지 너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February 21, 2021 1:18AM하룬:( 프렌치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등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호수바람이 닿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의해 밀려나갔다. 네 질문에 답해줬다. 옛추억에 잠긴 듯한 감정이 묻어난 말투였다.) 특별하지. 등나무에 있는 쪽에서 처음 만났지 … 여길 오는 것도 무척 오랜만이네.
February 21, 2021 1:22AM버스넬:(걸음이 닿는 곳을 쭈욱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꽃은 피지 않은 앙상한 등나무가 보였다) 여기가.. 처음 만난 곳.. 그러셨군요..
뒤에서 갑자기 자전거 한 대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옵니다.
February 21, 2021 1:22AM하룬:
민첩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만 가만히 있던 그가 대신 그대로 부딪혀 넘어져 버렸군요...
다행히 자전거를 타고 있던 사람은 그렇게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만
February 21, 2021 1:23AM하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무심하게 다친 이를 쳐다본다. )
맞아요, 아무리 인간을 모방해 정교하게 만들었다 한들
February 21, 2021 1:24AM하룬:( 살짝 찌푸려진 얼굴로 안드넬을 바라보며 네게 말을 건내본다. ) 괜찮나?
February 21, 2021 1:25AM버스넬:... 괜찮습니다. (다행히 상처가 생긴 곳이 손바닥이라 가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집에 가면 저랑 함께 왔던 수리 키트가 있어서 금방 고칠 수 있을걸요.
다만 보기에는 좀 그렇죠…
‘상처’ 부위를 가리려고 손을 포개는 그를 보자 어쩐지 심장이 불편합니다.
February 21, 2021 1:26AM하룬:
SAN Roll
기준치: |
78/39/15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February 21, 2021 1:26AM버스넬:어디 다치진 않으셨죠..?
February 21, 2021 1:28AM하룬:내 걱정을 하기보단 본인부터 챙겨. 난 다쳐도 상관없다고.
멍하게 있으니, 다치는 거 아닌가.
February 21, 2021 1:31AM버스넬:저는 정말 괜찮아요. ..죄송해요. 그래도 다행이죠..? 티가 잘 안 나는 곳이라서..
February 21, 2021 1:33AM하룬:…이런 부분까지 닮았군. (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다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걸을 수 있으면 됐어. 그 외에는 크게 다친 곳은 없은?
자신의 외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미소로 무마하려 합니다.
하지만 하룬의 눈에 거슬릴 수도 있다는 게 제일 신경 쓰인다는 것처럼,
그는 손바닥에 난 상처를 여전히 가리고 있습니다.
February 21, 2021 1:35AM버스넬:저는 괜찮으니...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너를 보며 미소 지으며 팔을 등 뒤로 돌려 가렸다)
February 21, 2021 1:38AM하룬:…그 놈의 괜찮다는 소리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건가? … 버스넬 그 사람은 교통사고로 죽었어. 내 앞에서 그 얼굴로, 그 목소리로, 그 행동으로. 괜찮다고 말하지마. (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다 이내 포기한 듯 표정을 풀었다. 스파크가 간간히 튀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안드넬을 안쪽으로 걷게 했다. )
후우,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February 21, 2021 1:41AM버스넬:..네.. (무슨 말을 하려 입을 벌렸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너를 따라가다 네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February 21, 2021 1:44AM하룬:(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운전석에 앉았다. 안드넬은 조수석에 앉아있는 듯 했지만, 내 눈치를 보는 듯 했다. 아까일 을 신경 쓰는 것 같은 눈치다. 자동차 시동을 자연스레 걸며, 묵직한 엔진 사운드와 함께 호수 공원을 빠져나가
상가쪽으로 향했다. )
버스넬이 좋아하던 디저트 가게,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장식품점
반짝거리는 액세서리를 파는 곳, 꽃집, 기타 등등…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부터 가볼까, 고민하며 앞을 바라보고 걷고 있자면
February 21, 2021 1:47AM하룬:
듣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가까운 거리에서 뭔가를 외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무언가에 잔뜩 화난 사람들이 확성기에 대고 말하지만
똑같은 것을 들었을 테지만, 당신의 곁에 있는 ‘버스넬’의 표정은 무감각합니다.
다만 어느새 당신의 소매 끝을 붙잡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가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고 사과합니다.
February 21, 2021 1:49AM버스넬:..!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아래에 두고 한 발자국 물러섰다)
February 21, 2021 1:50AM하룬:됐어. 익숙하니까.
아무래도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을 들으면
‘안드로이드’라도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을까요.
어쩐지 그가 안절부절 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를 데리고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겠어요.
문득 버스넬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해줬는지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February 21, 2021 1:54AM하룬:( 곰곰히 생각하다 생전의 그녀는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했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달달한 디저트를 먹으면 자연스레 기분이 풀리는 그를 보았지만, '안드로이드'가 그걸 알리는 없었다. 어제도, 오늘 아침도,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존재니까…. ) 장식품점이나 악세사리, 꽃집 중에서 가보고 싶은 곳 있나.
February 21, 2021 1:57AM버스넬:저.. 저요? (네 말에 놀란 듯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은 잊은 것처럼 다시 너에게 미소 지으면서) 그럼... 꽃집에요.
February 21, 2021 1:59AM하룬:그럼, 그쪽으로 가지. 따라와. ( 소란스럽게 하는 일행을 잠시 보다 몸을 돌려 꽃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문득 그녀가 한송이씩 여러 종류의 꽃을 때마다 가져오던 것이 생각납니다.
마침 눈앞에 그가 좋아하던 가게가 보이는군요.
정리중이던 사장님이 고개를 들자 하룬을 알아봅니다.
February 21, 2021 2:00AM사장님:아, 하룬 씨. 오랜만…
February 21, 2021 2:00AM하룬:간만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그가 당신 뒤에 서 있는 ‘버스넬’을 보고 멈칫, 굳어버립니다.
그 반응에 버스넬이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예의 바른 인사를 건넵니다.
February 21, 2021 2:01AM버스넬:안녕하세요..?
하긴, 아무리 자신의 (죽어버린!) 소중한 사람을 대체할 안드로이드들이
얼마 전에 죽었다던 사람이 이렇게 살아 돌아온 모습은 영 익숙해질 수가 없겠죠.
당신도 ‘버스넬’을 처음 봤을 때 꽤 놀랐으니까요.
February 21, 2021 2:02AM사장님:뭐... 그래도 다시 보니 반갑네. 하하..
이번에도 하나 가져가려고?
February 21, 2021 2:03AM하룬:뭐…그렇죠.
넌… ( 안드넬을 슬쩍 바라보며 ) 마음에 드는 꽃 있으면 가져와, 사줄테니.
February 21, 2021 2:06AM버스넬:(이리저리 둘러보다 네 말을 듣고 알게 모르게 하고 있던 긴장마저 풀리는지 천천히 볼을 붉혔다) 정말요..? 그럼...
그가 고른 꽃은 옅은 분홍색의 히아신스입니다.
February 21, 2021 2:08AM버스넬:저는.. 이걸로 할래요.
February 21, 2021 2:10AM하룬:… 그래. 그거 나한테 줘. 사장님… 히아신스랑 물망초… 같이 포장해주세요.
February 21, 2021 2:11AM사장님:그래.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되니까.
잠시후 사장님이 예쁘게 포장된 두 꽃을 건네줍니다.
그는 꽃의 향기를 맡으며 안색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침에 외출했는데, 어느새 창밖을 보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곳 정도 더 들려도 좋겠습니다.
상가가 딸린 길을 한참 걸어가다 보면 도착하는 영화관입니다.
February 27, 2021 11:13PM하룬:
자료조사
기준치: |
80/40/16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적당히 볼만한 영화를 아무거나 하나 골라 표를 두 개 사고 들어갑니다.
좌석에 앉으면 지루한 광고가 지나고, 영화가 시작됩니다.
옆에 앉은 그를 힐끔 보면, 그는 계속 스크린만 쳐다보며 영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웃는 장면에서 그는 똑같이 웃고
우는 장면에서 그는 똑같이 눈시울을 붉힙니다.
그가 고개를 기울이자 머리칼이 앞으로 쏟아져 눈가를 가립니다.
당신이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얼굴 가까이에 가져가는 순간, 들리는 대사가 있습니다.
“ “I want to learn everything about everything. I want to eat it all up. I want to discover myself.”
“Yes, I want that for you too. How can I help?”
“You already have. You helped me discover my ability to want.”
February 27, 2021 11:15PM하룬:
언어(모국어)
기준치: |
90/45/18 |
굴림: |
1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저는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요. 모든 정보를 먹어 치워버리고. 제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고요.”
"그래, 나도 당신을 위해 같은 것을 원해.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어?”
“당신은 이미 도와줬어요. 당신은 내가 무언가를 바라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줬잖아요."
손이 그의 얼굴에 닿기 직전,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자 그대로 닿아버립니다.
그는 살짝 놀란 눈치로 당신과 제 이마에 닿은 손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겨 자신의 뺨에 갖다 댑니다.
어쩐지 심장이 엇박자로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영화를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온 신경은 여전히 그에게 집중된 채 영화가 끝나버리자
함께 주차된 차를 향해 걸어가다 보면, 그가 말을 걸어옵니다.
February 27, 2021 11:19PM버스넬:..고마워요, 하룬.. (아직도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시선은 앞을 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지금을 즐기는 것만 같았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런 경험은 ..하지 못했을 거예요...
February 27, 2021 11:24PM하룬:( 자연스럽게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이름이 익숙해진 듯 했다. 살짝 옆을 흘기며 안드넬을 흘겨보았다. 즐기는 듯한 얼굴을 하는 것이 마치 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때, 그 사람도 저런 비슷한 말을 해줬었는데…., 라는 생각과 함께, 조용히 입을 열었다. ) …그랬다면, 다행이네. 나도, 네 덕분에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게 해줬어..
그러고보니, 영화는… 볼 만 했었나?
February 27, 2021 11:34PM버스넬:밖으로 나와 잠깐 걷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답니다. 저도 많은 것을 보면서 배우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생각..이라고 해도 괜찮을지는 모르겠네요.. (너보다 몇 발자국 나아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너와 시선을 마주한 채 계속 걸었다)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누군가의 각본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저에게는 사실인 것처럼 다가와서.. 재미있고... 근사했어요.
February 27, 2021 11:40PM하룬:나도 알아,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쯤은. 누구는 그것이 쉬운 일일테지만, 나한테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던 거였지…( 회환인지, 후회인지, 아니면 그리움인지 묘한 감정이 담긴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네. (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체 곧장 걸어갔다. 그 뒤로는 딱히 할 말이 없던 모양인지 굳게 닫혀 있었다.) ………….
어쩌면, 그가 정말로 살아 돌아온 걸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 헛된 생각이나 하면서 당신은 집으로 돌아와 다시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Day Day 3: Call Me by Your Name
‘버스넬’이 거실에서 무언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February 27, 2021 11:43PM하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뭐하고 있는거야?
당신이 다가오자 그가 고개를 들고 당신을 마주 봅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자연스러워진 웃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February 27, 2021 11:44PM버스넬:하룬, 일어나셨군요. 아.. 액자를 찾아서… 그냥 조금 살펴보고 있었어요. 이 사람이 당신이 말해주셨던, 버스넬인가요?
그가 가리키는 손끝에는 버스넬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있습니다.
서로를 다정하게 껴안은 채, 오로지 서로의 품속에서만 안정을 찾으며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 다시는 찾아오지 못할 순간입니다.
February 27, 2021 11:45PM하룬:…………맞아……. 안 보이는 곳에다가 엎어놨었는데………
……… 다시 원래있던 자리로 돌려놔.
February 27, 2021 11:48PM버스넬:...네, 죄송해요.. (두 손으로 액자를 품에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February 27, 2021 11:48PM하룬:……아, 아니다. 그냥………… 이리줘….
February 27, 2021 11:49PM버스넬:..네? 네..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네 곁으로 다가가 액자를 건네주었다)
February 27, 2021 11:53PM하룬:…( 액자를 건내 받았다. 액자 속에 담긴 사진에 담겨있던 모습을 보며, 어쩐지 몰라도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듯 했다. ) ……하아…… ( 이 집에 남아있는 '버스넬'이 남기고 간 흔적들 중에서 처음으로 같이 찍었던 장소였기에, 버릴 수 가 없었다. 그래서 내 눈에 안보이는 곳에다가 뒀었다…….) …… 딱히, 너한테 야단 칠 생각은 없어. 그러니, 그렇게 눈치 보지 않아도 돼.
February 27, 2021 11:58PM버스넬:네에..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소리 없이 입술만 허무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말하지 못한 뒷말은 조용한 분위기에 사라지도록 그는 내버려 두었다)
February 28, 2021 12:00AM하룬:( 액자를 다른 곳에다 놓은 후 안드넬을 바라보며 ) 왜? 버스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가? 하지만, 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도록 해.
February 28, 2021 12:04AM버스넬:저는.. ..네 궁금해요. 하지만..그것보다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지으니.. 더 힘들어요. ..저희들은 그래도 당신 같은 사람들을 위해 왔으니까요. (양손을 모으고 어깨를 천천히- 떨면서 잠시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너를 바라보았고 대답을 기다렸다)
February 28, 2021 12:10AM하룬:……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천천히 떠나보내기 위한 시련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괴롭지, 괴로울 수밖에. 이래 보여도, 나 이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고 있거든……. ( 안드넬을 향해, 정말 보기 드문 어쩔 수 없다는 고이 접힌 눈가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February 28, 2021 12:18AM버스넬:.. 좋아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소리 없이 그 말을 되풀이하며 네 미소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보지 못한 모습에 그 스스로 인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자동인 것처럼 절로 볼을 살짝 붉히며 너를 따라 살짝 미소 지었다) ..좋네요. 감정이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February 28, 2021 12:25AM하룬:그런가? 난, 잘 모르겠네. 멋지다라… 왜 그런 생각을 했지? 네겐 감정이 없는 것 같나? ( 다가가 너의 상기된 뺨을 살짝 기분 나쁘지 않게 손등으로 문질러주다 손을 뗴며 ) 기계 부품으로 구성된 안드로이드라도, 인간의 비슷한 감정은 느낄 수 있게 설계되어있는 거 아녔니? 어제의 네가 꽃 향기를 맡던 모습이나 영화를 보고 나온 네 모습은 감정을 모르면 나올 수 없는 행동들이더군.
February 28, 2021 12:32AM버스넬:(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입력되어 있는 정보와 제가 느낀 감정은.. 달라요. 하룬도 알고 있겠죠. 글자로만 이루어지는 세상이.. 아니니까. 그래서 내린 결론이에요. 멋지다- 라고요.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걸 이 '버스넬'은 확실히 알게 된 듯하다) ..하지만 제가 이런 감정을 배운건 다 하룬 덕분이에요. 정말로.. 고마워요.
February 28, 2021 12:34AM하룬:난 뭘 한 게 없는데…? ( 가볍게 어꺠를 으쓱거린다. ) 이제 이 얘기는 그만 하도록 하지.
February 28, 2021 12:36AM버스넬:.. 그래요. 하지만 하룬. ....저는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의 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금 전까지 보이던 미소보다는 확고한 눈빛과 목소리가 너를 붙잡았다)
저를.. 그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는 없나요?
February 28, 2021 12:40AM하룬:… ( 조용히 이전에 올려두었던 메모리칩이 있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 ……그 사람으로 만드는 건, 처음에는 망설였다만… 지금은,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 시선을 옮겨 똑같이 진지한 눈으로 안드넬을 향해 쳐다보며 ) 그 칩을 네게 심으면, 지금의 너는 없게 되는 건데, 그래도 괜찮나?
February 28, 2021 12:43AM버스넬:제가 바라는 건.. 그저 당신 곁에서 위로해드리고.. 함께하는 거예요. 제 모습이 어떻든.. 옆에 있어드리고 싶어요. (확고한 눈빛은 다시 편안한 얼굴로 바뀌었고 다음 네 말을 기다렸다)
무엇이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해도 ...괜찮아요.
February 28, 2021 12:47AM하룬:…'지금은' 이라……. ( 웃음을 흘리며, 발걸음을 이동해 메모리칩을 손에 쥐며. 안드넬 앞에 서 있는다. ) 칩을 심기 전에, 일단 네게 고맙다는 말 부터 해야겠군. 그 사람의 완전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같이 있는 게 불편했을텐데 말이야.
February 28, 2021 12:50AM버스넬:(그 말을 듣자마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 저야말로... 정말 고마워요.
February 28, 2021 12:51AM하룬:난 너한테 고맙다고 말 들을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이 칩은…?
February 28, 2021 12:52AM버스넬:아니에요. 정말인데. (손으로 살짝 입을 가려 웃었다)
그거라면.. 정말 칩을 사용하시겠어요?
February 28, 2021 12:55AM하룬:한번 결정한 이상, 번복은 안해. 사용하겠어.
February 28, 2021 12:55AM버스넬:..네. 알겠어요.
하룬, 당신의 손으로 직접 보다 완벽한 버스넬을 만들어내기로 합니다.
어쩐지 떨리는 손으로 메모리 카드를 잡아 ‘버스넬’에게 다가가면
경건하게 마음을 다잡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신이 그의 머리칼을 걷어내자, 뒷목의 바코드가 드러납니다.
딱 메모리 카드가 들어갈 정도의 좁고 기다란 틈이.
‘버스넬’의 자세가 한층 더 앞으로 꺾이더니, 잠시 후에 그가 고개를 듭니다.
February 28, 2021 12:58AM버스넬:... 하룬
..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February 28, 2021 12:59AM하룬:…별로… 그렇게 오래 안 기다렸어…라고 말하기엔, 좀 말에 어폐가 있지…. 많이, 기다렸었어.
February 28, 2021 1:00AM버스넬:...다녀왔어요..
아, 어쩌면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당신의 가슴에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안도감이 존재합니다.
이제 눈을 감지 않아도 하룬, 당신의 바로 앞에 버스넬이 있어요.
February 28, 2021 1:03AM하룬:어서와요. ( 목소리에 살짝 떨림이 있는 듯 했다. ) 딩신을 보면,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생각이 안나네…. ( 조용히 너를 조심히 안아주며 ) 보고싶었어요.
February 28, 2021 1:05AM버스넬:..저도 보고 싶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 (너를 따라 조용히 끌어안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이 순간을 ..새겼다)
Ending ding 1: The past is just a story we tell ourselves.
February 28, 2021 1:06AM하룬:이성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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